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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2012년 설날 보내기

2012년을 맞이한 지 벌써 25일이 지났다.
한 해 한 해가 지나면서 나도 나이를 먹다보니, 새로운 한 해가 시작한다고 해서 어릴 때 느꼈던 강렬한 설레임도 없고 직장 생활에 하루하루 쫓기다보니 일상 생활의 무한 반복처럼 느껴질뿐이다. ^^;;
하~~큰일이구나..반성해야지.
 
오늘 하루 연월차휴가를 내어 설 연휴에 붙여서 친정과 시댁에 다녀왔다.
시댁인 제주에 가는 비행기표를 23일 설날 당일 오후로 예매하게 되어서 주말을 이용해 친정에 먼저 다녀왔다.
신랑과 단둘이 대전에서 차례를 지내야하기에, (엄마를 도와준다는 핑계하에) 차례지낼 음식도 좀 얻어 올겸^^ 엄마가 음식 준비하는 것을 도왔다.

결혼전에는 시집 간 언니들이 명절 당일 오후에 각자 시댁에서 올 때까지 기다릴 동안 집안이 썰렁하고는 했는데, 내가 멀리 시집을 가고나니 명절 때 한 자리에 모여 얼굴보기가 쉽지가 않다. 다행이 이번 토요일에는 다들 친정에 들렀고, 나와 신랑은 조카들 세배받아 세배돈도 챙겨주고 친정 부모님께도 먼저 인사를 드릴 수 있게 되었다.

어리게만 봤던 조카들은 어느새 훌쩍 커버렸다. 얼굴에 여드름 꽃이 핀 중학생 큰 조카와, 올해 중학생이 될 여자 조카, 그리고 나를 제일 좋아해주는 초등학생 여자 조카와 이제 세상 구경한 지 2년이 지난 가장 어린 조카아이까지 나도 어느 새 4명의 조카가 있는 이모가 되어 있었다.
조카 아이들이 자라는 걸 보면서 가끔 이 아이들이 결혼한다고 인사하러 올 날들을 혼자 상상해보게 된다. ^^
많이 엉뚱한가...ㅎㅎ

설날 당일에 차례를 지내고 청주공항으로 가는 길. 비행기 시간 맞춰 넉넉히 출발한다고 했는데, 하마터면 차가 막혀서 비행기를 놓칠 뻔했다. 마지막으로 비행기에 탑승하고 제주도에 도착하니 형님이 차로 마중을 나와 주셨다.
시댁에 가도 텅빈 아파트만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어, 예전 기억들이 문득문득 떠오르기도 하고 어머니가 머물렀던 자리라는 생각에 사람의 빈 자리가 그 만큼이나 소중하고 많이 허전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 신랑은 오죽 더할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신랑 친척분들께 인사도 드리고, 제주도 집을 정리하기 위해 대전으로 가져올 책과 제기 용품들을 하나하나 정리하였다.
난 어머님이 쓰시던 티포트랑 작은 종지 그릇을 챙기고, 신랑은 책장의 책을 정리하고 예전 서류를 분리하여 버릴 것은 파쇄하였다.그리고 그 와중에 신랑이 학창 시절에 썼던 일기장을 발견하고서는, 내 가방에 휘리릭 담아 왔다.
일기장은 날 만나기 전 중고등학교 때 신랑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보물 아이템이다.
그 때 어떤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냈을지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지만, 사춘기라는 시기를 일기장에 기대어 버텼을 것을 생각하니 한 편으로는 대견하기도 하다. ^^(이건 시간 날 때마다 읽어봐야지..)

신랑은 상속 관련 서류 처리한다고 일부러 평일 하루를 휴가를 내었고 아침 일찍부터 형님과 관공서를 돌아다니며 하루종일 분주했다. 비행기 탑승 시간 전에 최종 상속 관련 서류를 접수시키고 나서는 신랑이 엄청 뿌듯해한다. 그도 그럴것이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직접 인터넷으로 자료 찾아보며 혼자 준비해 왔는데, 한 번에 통과되서 본인이 생각해도 대견한 모양이다.
"그래...잘했어...신랑"이라며 한 마디 거들어주면 더욱 의기양양해한다. ㅋㅋ (법무사 수수료 비용 없이 직접 처리했으니 칭찬해줘야 할 일이기는 하네.)
중요한 일을 끝내고 나서인지 비행기안에서 바로 곯아떨어지는 신랑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그런 생각들을 일일이 다 나열할 수는 없지만,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 "내가 더 잘 챙겨주고 위해줘야지.."라는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