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썸네일형 리스트형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도종환 개울 개울은 제가 그저 개울인 줄 안다 산골짝에서 이름 없는 돌멩이나 매만지며 밤에는 별을 안아 흐르고 낮에는 구름을 풀어 색깔을 내며 이렇게 소리 없이 낮은 곳을 지키다 가는 물줄기인 줄 안다 물론 그렇게 겸손해서 개울은 미덥다 개울은 제가 바다의 핏줄임을 모른다 바다의 시작이요 맥박임을 모른다 아무도 눈여겨 보아주지 않는 소읍의 변두리를 흐린 낯빛으로 지나가거나 어떤 때는 살아 있음의 의미조차 잊은 채 떠밀려 서쪽으로 서쪽으로 가고 있는 줄로 안다 쏘가리나 피라미를 키우는 산골짝 물인지 안다 그러나 가슴 속 그 물빛으로 마침내 수천 수만 바닷고기를 자라게 하고 어선만한 고래도 살게 하는 것이다 언젠가 개울은 알게 될 것이다 제가 곧 바다의 출발이며 완성이었음을 멈추지 않고 흐른다면 그토록 꿈꾸던 바다..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