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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rds/Book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박경철님의 특이한 이력과 활동이야 주위에서 여러 번 들어왔지만, 책으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베스트셀러로 오른 이 책은 내 주위 사람들의 책상위에서 가방안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책이었고, '자기혁명'이라는  거창한 책 제목에 이끌려 '나도 한 번 읽어봐야지'하는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

저자의 지식의 깊이나 안목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인정하는 부분일테지만, 책 내용이 어렵고 저자의 박학다식함을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처음부터 끝까지 나열된 현학적인 표현들이 거슬린다는 의견도 있는 거 같다.

책을 읽으면서 단어나 문구에 대해 집중하다보면 쉽게 질리고 책장을 덮고 싶겠지만, 저자가 특정인에 대한 비유나 사례를 통해서 진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한다면 어렵다고만 생각할 책은 아닌거 같다. 다만,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삶의 지침서 같은 용기와 희망을 전하기 위해 많은 내용을 전달하려다보니, 한 번만 읽고 책꽂이로 직행하기보다는 여러 번 또는 내게 필요한 항목들을 찾아서 반복하여 읽어봐야 하는 책으로 남게 되었다. ^^

오랜만에 나도 내 생활을 돌아보며 '거창한 변화보다는 작은 실천으로 나 스스로를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바꿔'가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아무리 표현의 시대라고 해도 말에는 질서가 있고 설득의 힘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 어떤 말이든 입 밖에 낼 때는 두 번 생각해야 한다. 누군가 한 마디를 하면 내 머리는 즉각저으로 반응을 하는데, 이는 말은 원래 주고받는 것으로 습관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말이 먼저 나가면 반드시 실언을 하게 된다. 언어의 순발력은 속도가 아니라 효용성이므로, 생각이 언어로 바뀌어 입으로 나가기 전에 다시 한 번 걸러주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P. 96)

필자가 좋아하는 철학자 강신주 선생은 우리가 접하는 모든 학문의 근본은 수학과 철학이라고 말한ㄷ. 수학은 과학적 구조를 가진 학문의 기초가 되는데 이를테면 과학기술이나 건축설계, 기계공학 심지어 계량경제학 같은 분야들이다. 이렇게 수학적 지식이 바탕이 된 학문들은 탑을 쌓아올리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지식은 정교해야 하고 한 치의 오차도 있어서는 안 되며 그것이 검증되면 원리가 되고 부정되면 폐기되며 다른 누군가의 업적 위에 새로운 업적이 쌓이는 것이다.  그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탑은 점점 높아지는데, 그것이 소위 과학문명의 발달이다. 반면 철학이 바탕이 되는 학문의 특징은 수평적이고 산발적이다. 문학, 사학, 철학 같은 인문학들이 그러하다. 이런 학문들의 특징은 드넓은 들에 넓게 펼쳐지는 것이다. 데카르트 철학의 바탕 위에 칸트를 쌓아올리고 그 위에 다시 헤겔과 라캉을 올리는 것이 아니다. 철학적 사유는 각각의 사유 그 자체다. 미적분을 모르면 로케트를 발사할 수 없지만, 카르트를 몰라도 데리다를 논할 수 있다. 철학적 사유의  특징은 자못 독립적이며 수평적이며 자유롭다. 인문학은 이런 철학적 특징을 바탕으로 한다. 그것이 인문학의 존재이유다. 과학기술 시대에 '높이 더 높이'를 외치며 첨탑만을 쌓아올리고 인문학이라는 땅을 다지지 않는다면 정작 그 탑을 어디에 놓아야 할지,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를 끝없이 고민할 수밖에 없다. 즉, 과학기술이 하드디스크라면 인문학은 운영체에 해당하는 셈이다. 이것이 우리가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하는 당위고, 과학에서 수학을 인문에서 철학을 중시하는 이유다.(P. 178-179)

지금 나의 이야기는 그 이전의 이야기에서 당위성을 얻는다. 우리는 이점을 가끔 잊는다. 지금까지의 내가 바로 내일의 나다. 어제와 오늘의 결과가 바로 내일인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내일을 이야기하고 미래를 꿈꾼다면 당장 달라져야 할 것은 바로 오늘이다. 어제는 이미 지나간 역사이고 내일은 미래이며  그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것은 'carpe diem(바로 이순간)'인 것이다.(P.220)

우리가 현대사횡에서 취해야 할 <주역>의 기본원리는 계사전의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라는 구절에 녹아 있다. 이 아홉 글자의 뜻을 우리말로 풀면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영원하다'는 뜻으로, 이 말은 사실 인류사에 길이 남을 빛나는 선언이기도 하다. 여기서 궁하다는 것은 난관에 부딪혔다는 뜻이다. 우리는 커다란 난관에 부딪히면 대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좌충우돌하거나 상황을 원망하며 자포자기한다. 하지만 <주역>은 '막히면 변하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어려움을 만났을 때 그렇게 변하면 결국 통하게 될 것이니, 늘 그렇게 통함으로써 영원하라는 말은 실로 감격적이기까지 하다. (P. 3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