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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ries/Domestic Trip

여름아...가지마..

이제 여름휴가도 완전히 꺽이고 아침저녁으로 조금은 쌀쌀한 가을에 접어들었다.
지난 주에 처서가 지났으니 이제 본격적인 가을이 다가온 것이다.
그런 가을을 시샘하기라도 하듯 어제 오늘은 막바지 더위가 한창이었다.

계절은 바뀌고 시간은 흘러만 가는데, 요즘은 통 여유없이 시간이 지나가는 것 같다.
'너 도대체 뭘 하고 지내는거니??' 나한테 묻고 싶은 말이다.

결혼하고 처음 맞이하는 여름휴가, 어디로 갈까 고민하지 않고 시댁인 제주도로 향했다.
(신랑을 만나기전까지만해도 내가 이렇게 자주 제주도를 오고가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어느새 명절이나 일이 있을때마다 항상 들르게 되더라.) 명절이외에는 자주 찾아가지도 못하니 기회있을때마다 가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다.
어머니와 형님네랑 식사도 하고 편히 보내다가 광복절 하루 신랑과 오붓한 데이트를 즐겼다.

제주도, 자주 찾는 곳이니만큼 소중함이 덜한걸까. 예전의 나라면 관광지 체크하고 일정짜가면서 제주도에서의 하루라는 시간이 아까울테지만 언제든 올 수 있는 곳이라 그런 감정도 없어진 지 오래다.
그래서 사전조사도 없었고 어디를 갈까 하다가 형님이 알려주신 에코랜드 테마파크에 다녀왔다.

곶자왈, 숲이란 의미의 '곶'과 암석과 가시덤불이 뒤엉켜 있는 모습을 뜻하는 '자왈'의 제주도방언에서 유래한 단어다.
제주도의 독특한 지형인 곶자왈은 제주도에 4개의 지대가 있고, 그 중 하나인 교래 곶자왈 지대를 에코랜드로 관광지화한것이다. 제주도에 없는 교통수단인 기차를 모티브로 하여, 에코랜드 테마파크에 5개 역을 세우고 각 역마다 정차하여 주변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반나절 정도면 내부를 거의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규모는 크지 않다. 기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곶자왈 생태계를 탐방할 수 있으며, 특히 에코랜드 곶자왈 생태탐방로(에코로드)를 걸으며 가까이에서 고사리나 곰취 군락지를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반면, 에코랜드가 생긴지 얼마 안되어서 인지 몰라도 티켓구매창구나 기차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역사(?)에서의 행정 시스템은 아쉬운 점이 많았다. 티켓구매창구에 연결된 대기줄에 맞춰 기다리는데 창구 가까이에 가보니 다른 쪽은 비어 있어서 일부 사람들은 새치기도 하더라는...안내원이나 표지문구만 있었어도 이렇게까지 좌절모드는 아니었을텐데..그리고 티켓팅할때 기차번호를 적어주는데 역사앞에 표지판 하나만 있으면 사람들이 알아서 대기하고 준비할텐데, 안내원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면서 대기줄을 만들고 있다는 거..(하필 광복절에 방문을 했더니만 다른 때보다 사람들이 그득그득. 발디딜틈이 없다.)

제주도 생태를 이해하는데 도움도 되었고, 오랜만에 데이트라서 기분은 정말 좋았다.



                                  두 종류의 나무가 한데 어우려져 자라는 나무, 말그대로 적과의 동침..ㅋㅋ

에코랜드에서 나와 블로그에서 추천받은 카페 '바람카페'를 찾아갔는데, '매주 월요일 휴무'라는 안내문구와 함께 새끼 고양이들만이 반겨준다. 고양이들 카메라 담기에 바쁜 신랑과 여기저기 살펴보기에 바쁜 나.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가봐야지.)


이렇게 하루 동안 즐거운 추억만들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왜 놀때는 항상 시간이 빨리가는걸까..ㅋㅋ
포스팅하는 이 늦은 시간에 침대에서 책 읽는 신랑..내일 출근을 위해 그만 자야겠으나, 저녁에 커피를 한 사발 들이켰더니 잠이 안와..^^;; 억지로 취침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