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cords/Book

구해줘 - 기욤 뮈소


내가 선택한 기욤 뮈소의 두 번째 작품은 '구해줘'..이다.
6.2 지방선거의 날 점심무렵 잠깐 투표소에 들러 투표를 마치고 하루 종일 이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어제 연구소 도서관에서 빌린 책인데, 역시나 기욤 뮈소의 소설은 한 번 읽기 시작하면 그 끝을 봐야 하는 글이었다.

배우를 꿈꾸며 뉴욕으로 온 프랑스 여자 줄리에트와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하는 의사 샘이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그 인연이 시작되지만, 비행기 사고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줄리에트가 사실은 죽어야 할 운명이었다면서 그 죽음을 마무리하기 위해 내려운 죽음의 사자라고 본인을 밝힌 전직 형사가 갑작스럽게 나타나면서 사건은 복잡하게 얽혀간다.

운명을 믿습니까?? (왠지 도를 아십니까와 비슷한 말투네..ㅋ)
영화 '나비효과'에서 보여준것처럼 과거로 공간이동을 하여 운명을 바꿀 수 있다 하더라도 그건 반드시 해피엔딩만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과연 인간의 죽음과 운명에는 거스를 수 없는 하늘의 섭리가 있는 걸까??

이 책은 운명이라는 모티브로 이야기를 꾸려 나가지만, 그건 단지 일부에 불과하다.
사랑이야기에서 출발하여, 죽음의 사자라는 10년전 죽은 사람이 등장하여 사건은 미스터리해지고, 등장인물간의 얽힌 실타래를 풀어 나가는 과정에서의 추리와 용서, 상처의 치유를 담아낸 소설속에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는 책이었다. 특히나 등장 인물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관계, 어느 누구도 동떨어진 세계에 있지 않으며 이야기를 전개하다가 결론부에서 등장 인물들이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렇고 그런 뻔한 관계가 아니다. ㅎㅎ) 이런 점이 기욤 뮈소의 글의 특징이 아닌가 싶다.

기욤 뮈소의 소설은 삶에 대한 상처를 간직한 사람들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희망이 되어 주는 관계를 맺음으로서 살아갈 의지를 불어 넣어준다. 그래서 글을 다 읽고 난 이후에는 더욱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내가 되는 거 같다.


"난 지금 진지하게 말하는 거예요. 어떤 젋은 여자가 비행기 사고로 죽을 운명이었다고 생각해 봐요."
"나는 운명 따위는 믿지 않아요."
"그녀는 어떤 감상적인 이유 때문에 마지막 순간에 그 비행기에서 내렸어요. 그 때문에 미리 프로그램 되어 있던 그녀의 죽음은 갑작스럽게 변경이 불가피하게 되었어요."
"그 경우에도 그저 단순하게 생각하면 됩니다. 그 여자는 엄청난 행운의 주인공이죠. 아주 잘 된 일이구요."
"인간은 죽음을 피해갈 수 없어요."
"아니, 설령 그럴 수 없을지라도 우리는 그럴 수 있다고 믿어야 합니다."
그레이스가 샘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내가 당신에게 이해시키고 싶은 건 모든 현상에는 의미가 있고 미리 정해진 질서가 있다는 겁니다, 갤러웨이 씨. 인간의 열정이 하늘의 섭리를 어지럽힐 때가 간혹 있지만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이 일어나는 경우는 절대로 없으니까." --- p.172-173

"운명이 정해져 있다는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없어요. 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운명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 힘겹게 싸워왔어요. 나는 이 도시에서 최악인 빈민가에서 태어났어요. 어느 모로 보나 범죄자가 될 운명이었죠. 하지만 나는 안간힘을 다해 주어진 운명과 싸웠고, 마침내 벗어나는 데 성공했어요.”

“그런 얘기는 이미 충분히 했잖아요. 난 당신에게 인간의 구체적인 행동 하나하나까지 미리 정해져 있다고 말한 적도 없고, 삶이 단지 미리 쓰여 있는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과정이라고 말한 적도 없어요.”
그레이스는 그의 눈을 쳐다보고 나서 말을 이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인간에게는 결코 거역할 수 없는 섭리가 있다는 거예요.”--- p.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