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울
개울은 제가 그저 개울인 줄 안다
산골짝에서 이름 없는 돌멩이나 매만지며
밤에는 별을 안아 흐르고 낮에는 구름을 풀어
색깔을 내며 이렇게 소리 없이
낮은 곳을 지키다 가는 물줄기인 줄 안다
물론 그렇게 겸손해서 개울은 미덥다
개울은 제가 바다의 핏줄임을 모른다
바다의 시작이요 맥박임을 모른다
아무도 눈여겨 보아주지 않는
소읍의 변두리를 흐린 낯빛으로 지나가거나
어떤 때는 살아 있음의 의미조차 잊은 채
떠밀려 서쪽으로 서쪽으로 가고 있는 줄로 안다
쏘가리나 피라미를 키우는 산골짝 물인지 안다
그러나 가슴 속 그 물빛으로 마침내
수천 수만 바닷고기를 자라게 하고
어선만한 고래도 살게 하는 것이다
언젠가 개울은 알게 될 것이다
제가 곧 바다의 출발이며 완성이었음을
멈추지 않고 흐른다면
그토록 꿈꾸던 바다에 이미 닿아 있다는 걸
살아 움직이며 쉼없이 흐른다면
주저앉거나 포기하지 않고 늘 깨어 흐른다면
시를 읽고 느끼는 것 외에 어떤 감상이 필요할까 싶다.
요란하지 않으면서 당당하게 삶을 살아가야지 하며 마음 속으로 조용히 다짐할 뿐이다.
요란하지 않으면서 당당하게 삶을 살아가야지 하며 마음 속으로 조용히 다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