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힘없는 임금과 뚜렷한 대책없이 성안에 자욱한 말(言) 먼지만 날리는 신하들에게 백성은 더 이상 고려 대상이 아니며 사리분별없이 오직 대의명분만을 앞세우고 있다.
읽는 내내 장면 하나하나를 머리속에 그리면서 작가의 객관적인 시선, 그로 인해 그 시절이 더욱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 수 밖에 없었다. 힘없는 민족이라는 이유가 죄라면 죄인것인지..그리고 어쩌면 지금도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건 아닌지..
여전히 말~말~말~뿐인 정치/권력들, 체계없는 사회 구조와 모순들, 외부에서 닥쳐오는 압력 등등
이 전쟁에서 이기기위해 우리는 좀 더 분발하고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봄기운에 언 땅을 뚫고 싹을 틔우는 연약한 풀들이 올라올 때 임금은 성을 나서 청나라 칸 앞에서 삼배를 하는 치욕을 당한다.
홍이포의 사정거리 안에서 명을 향해 영신의 춤을 추던 조선 왕의 모습은 칸의 마음에 깊이 박혔다. .....난해한 나라로구나....... 아주 으깨지는 말자.....부수기보다는 스스로 부서져야 새로워질 수 있겠구나..... pp.2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