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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rds/Book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로렌 슬레이터

개인적으로 나는 사람을 관찰하기 좋아한다.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그 사람의 행동을 짐작해보고 살펴보면서, "흠~~이런 사람이군" 하며 혼자서 결론을 내리고는 한다.

사실 어떤 사람을 하나의 행동을 보고 그 잣대로 판단한다는 건 말도 안되는 얘기다.
과거 속담에서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모른다."고 하나의 형태나 성격으로 규정지을 수 없는 가장 어려운 동물이 사람이 아닌가 싶다. 아마도 영원히 밝혀내기 힘든 주제는 아닐까 ^^

작가는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 실험 10가지를 뽑아 소개해준다. 단순히 실험 결과만이 아니라 실험을 수행한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의 자라온 환경에 대한 얘기와 작가가 (직접) 생존하는 관련자들을 인터뷰하면서 생각한 의견에 대한 짤막한 감상과 함께 씌여있다. 실험 중 일부는 스펀지나 기타 TV 프로그램을 통해서 이미 소개된 내용도 있어서 그렇게 낯선 내용만은 아니었지만, 각 실험마다 내용에 대한 여러 정신분석학자들의 지지/반대 의견들 또한 흥미로웠다.

불과 100년정도 되었을테지만, (의학이 발달하지 않아서인지는 몰라도)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무지막지(?)하게 잔인한 실험도 있고 피실험자들을 모아 다양한 형태의 실험을 수행해 인간의 심리를 정확하게 묘사한 부분도 있다. 아래 인용구에서도 적었지만,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심리 실험들이 사람에게 적용될 때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도 중요한 문제같다. 인간의 머리 속, 그 가운데에 있는 사람의 심리는 어쩌면 우주보다도 더 탐험하기 힘든 곳은 아닐까.

심리학 분야에서 '외적 타당도(external validity)'라 불리는 이 논점은 실험 심리학에서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 벽이 새하얀 깔끔한 과학 실험실 안에서 나타난 행위가 실험실 밖에서 반복되지 못한다면 그 연구 결과를 증명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pp.81

그렇다면 한 종의 사례를 다른 종에게 일반화시킬 수 있는 정도는 어디까지일까? 어느 누구도 원숭이가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고, 모델이란 우리가 설명하고자 하는 영역의 근사치라는 점을 부인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근사치는 빠져나가기에 너무나 쉬운 애매모호하고 교묘한 단어이다.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부풀려지기도, 축소되기도 한다. pp. 141

실험 심리학자이자 워싱턴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인 엘리자베스 로프터스는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는 것은 아주 얇은 막 하나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교수는 우리의 기억이 포착하기 힘든 미묘한 힌트에 의해 어떻게 오염될 수 있는가를 실험을 통해 훌륭히 입증하였다. 만일 누군가가 헛간의 색이 파란색이라고 이야기한다면 상대방은 그것을 파란색으로 기억한다. 진실은 우리의 뇌에서 흘러나오고, 우리의 세상은 수채화로 채색이 된다. 마치 아이가 그린 그림처럼 말이다. 이것일 수도, 저것일 수도 있는 감상적인 그림이 그려지는 것이다. pp. 236